1. 기계공학은 과연 무엇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계공학’하면 ‘기계에 대하여 공부하는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그리고는 곧 ‘기계’에 대하여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개념을 적용하여, 어떠한 기계에 대한 공부일 것이라고 속단한다. 
이렇게 되면, 기계공학은 엉뚱한 쪽으로 해석된다. 전기전자공학도 어떠한 전기나 전자에 대한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과연 기계공학에서는 무슨 공부를 한다는 말인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던 피상적인 개념을 없애버리고 이 글을 읽어주기를 바란다. 

기계공학을 이야기하기 전에, 우선, 지금 고등학교 학생들이 본격적으로 사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때인, 즉, 약 20년 후의 미래로 ‘Back to the Future'라는 영화에 나오는 것과 같은 타임머신을 타고 가보았다고 상상해 보자. 

경부고속도로를 따라서 버스를 타고 서울로 들어오는데 수원IC를 지나서 죽전 휴게소 앞에 오니, “엔진을 끄시오”라는 경고문이 나온다. 경고문에 따라서, 옛날에 장기 주차를 하게 되면 엔진을 끄듯이, 버스운전사는 곧 엔진을 껐다. 아니 엔진을 끄면 어떻게 자동차가 간다는 말인가 하고 의문을 갖고 옆에 있는 사람에게 이유를 물어보았다. 옆에 있는 사람이 어디서 이런 사람이 있는가하는 표정으로 설명을 해 주었다. 

전기자동차이기 때문에, 시외에서는 소형 가스터빈을 80,000rpm으로 회전시켜서 배터리를 충전시켰다가, 시내에서는 배터리로 전기모터를 구동하여 주행한다는 것이다. 

압구정동에 나가 보았더니, ‘15분 양복 맞춤’이라는 간판이 있어서 들어가 보았다. 고객이 레이저 3D 스캐닝 부츠에 들어가니 얼굴모습부터 체형까지가 실물 크기로 측정이 되어 파일로 만들어져서, 고객설계실의 워크스테이션에 올라온다. 고객이 워크스테이션에서 안내 되는대로 자기가 입을 양복을 직접 설계한다. 양복의 각종 디자인이 초고속 인터넷을 통하여 제공되고 있다. 이탈리아의 유명한 디자이너가 입력한 디자인이 입력 즉시 양복설계용 워크스테이션에 떠오른다. 일단 설계를 하고 나서, 가상현실기술을 통하여 양복을 입은 자기 모습을 실물 크기로 3D로 프로젝션한다. 자기의 얼굴과 체형과 설계한 양복이 어울리는지는 물론이고, 가상적으로 걸어보게 하기도 하고, 몸에 꼭 끼는지, 헐렁한 부분은 없는지를 체크한다. 자기가 설계한 양복이 비로소 마음에 들면, 설계완료를 누르고, 휴게실에 가서 음료를 한잔 마시고 기다린다. 약 10분 정도 지나니까, 양복이 쾌속제조장비로 즉석에서 만들어져서 나온다. 

자세히 보았더니, 양복이 만들어지는 방식이, 염색을 하고 바늘로 재봉하는 방식이 아니라, 즉석 제조를 위하여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바뀌어져 있다. 거리에 나가서 자세히 보니, 맥도널드 햄버거점도 1분, 구두점도 10분, 노트북 컴퓨터도 3분, 영상휴대폰도 2분 하는 식으로 시간 경쟁을 하는 맞춤점 시대가 다시 되어버렸다. 

그리고, 거리의 간판을 자세히 보니 거대한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을 이용하여 동영상을 보여주고 있고, 지하철에 가보았더니, 옛날에는 뒤에 형광등을 켜서 선전하던 대형 광고판도 PDP로 바뀌어서, 원하는 동영상 파일을 전송하여 내용물을 입력하는 형태이다. 거리가 모두 동영상의 게시물로 바뀌어서, 완전히 다른 세상에 온 것같은 기분이 비로소 든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읽고 무슨 생각을 가졌는가? 아무튼 공학기술의 발전과 창조설계라는 과정을 거쳐서, 세상이 바뀐 모습을 그려본 이야기라는 생각은 들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세상의 변화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친 공학기술은 어떤 분야인가? 전기자동차이므로 전기공학, 양복이므로 섬유공학, 초고속 인터넷 부분은 컴퓨터공학, PDP이므로 전자공학의 기술이 각각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가? 

공학은 인간이 필요로 하는 것을 창조하여, 인간이 사는 세상을 바꾸고, 세상의 변화에 따라서, 새로운 필요성이 생기면, 공학은 또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순환이 계속된다. 이렇게, 공학은 인간이 사는 세상과 아주 밀접한 학문이라는 점에서 과학과 구분된다. 그런데, 이러한 모든 종류의 공학의 기반이 되는 것이 바로 기계공학이다. 

앞의 예에서, 전기자동차를 설계하는 것은 기계공학자의 책임이다. 새로운 가스터빈, 발전기, 변속기, 서스펜션 등의 요소장치를 창조 개발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전기자동차의 거동을 지배하는 역학적인 관계를 해석한다거나, 필요한 제어장치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규격과 기능을 설정하고 설계하거나, 무엇보다도, 새로운 전기자동차 전체를 창조 설계하는 것이 모두 기계공학기술자의 영역이 된다. 

그리고, 즉석 양복 맞춤의 개념을 창조하고, 거기에 필요한 자동 측정 및 컴퓨터를 이용한 가상설계시스템, 쾌속 양복 제조설비 등을 개발하여 내는 것도 모두 기계공학기술자의 영역이다. PDP의 작동원리를 고안하는 것은 물리학이나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한 사람이 담당할지 몰라도, PDP 시작품을 개발하거나, 대량으로 제조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고, 고도의 정밀한 PDP 제조설비를 창조설계하고, PDP를 양산하여 고객의 손에 인도하는 과정은 모두 기계공학기술자의 영역이다. 기계공학은 기계에 대하여 공부하는 학문이 아니라, 고도의 창의력을 기반으로 하는 종합적인 학문인 것이다. 

한편, 인간의 생존을 지배하는 에너지를 만드는 기술, 즉, 원자력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발전소의 핵심장치인 거대한 터빈과 발전기를 비롯하여, 지금까지 고안된 증기기관, 가솔린엔진, 디젤엔진, 제트엔진 등의 모든 에너지 변환장치들은 기계공학기술자의 노력으로 가능하였다. 새로운 엔진이 개발될 때마다, 인간이 사는 세상에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는지를 생각해보라. 

또한, 아직은 일상생활과 거리가 멀어서 접촉할 기회가 없었겠지만, 대부분의 제조공장에서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제조설비는 모두 기계공학기술자에 의하여 개발되었다. 로봇이라든지 자동생산기계는 말할 것도 없고, 공장 전체를 어떻게 자동화하고 지능화할 것이지를 연구하는 것도 기계공학자의 영역이다. 엄청난 기억용량의 반도체를 개발하려고 하여도 초정밀운동제어가 되는 반도체제조장비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 되고 만다. 거대한 용량의 제트엔진과 가스터빈을 개발하려고 하여도, 그것을 지배하는 운동의 역학 해석이 되지 않거나, 전체 장치에 대한 시스템 설계기술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이 모든 것이 기계공학자의 영역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예들은 기계공학의 응용 예를 보여준 것일 뿐이다. 기계공학에서 다루는 가장 핵심이 되는 학문은 열역학, 유체역학, 동역학, 고체역학 등의 역학과목이다. 이것은 바로 공학의 기반이 되는 학문이다. 우주왕복선이 날아가는 것도 역학에 근거한다. 우주 공간에서 움직이는 로봇팔을 설계할 때에도, 로봇팔을 지배하는 역학을 모르고서는 설계할 수가 없다. 그런데, 이러한 역학을 배우는 것은 일종의 사고개념을 깨우치는 철학과 같아서, 단시간에 익히기가 매우 힘이 든다. 

따라서, 학부과정에서 다양한 전공과목을 배우면서 조금씩 깨우치게 된다. 그러므로,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에 우주 공간에서 움직이는 로봇팔의 전자제어장치를 설계하려고 역학을 다시 배우려고 하면 이미 늦게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기계공학은 공학의 기반이 되는 것이다. 또한, 기계공학을 익히고 나서, 공학의 기반이 되는 개념을 바탕으로, 마이크로프로세서 응용기술, 컴퓨터통신, 소프트웨어, 경영학, 법학 등을 공부한다면, 성공적으로 또 다른 다양한 경력을 쌓을 가능성도 크게 된다. 

그런데, 솔직히 이야기해서, 기계공학은 지금까지 대학입시에서 이른바 입시 성적의 커트라인을 기준으로 하여 최상위에 오른 경우가 거의 없었다. 항상 제2위를 차지하여 왔다. 토목공학, 건축공학, 섬유공학, 재료공학, 화학공학, 산업공학, 그리고, 또는 최근에 부상한 전기전자공학,컴퓨터공학, 정보통신공학에 이르기까지 많은 학과가 제1위의 자리에 올라 왔으나, 기계공학은 항상 묵묵히 제2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기계공학은, 우리가 좋아하는 피자의 예를 들면, 피자의 빵 부분에 비교할 수 있다. 피자의 토핑(topping)은 바뀔 수 있으나, 결국 피자가 맛이 있으려면 기반이 되는 빵이 맛이 있어야 한다. 우리 나라의 공학기술이 발전하려면 기계공학이라는 기반이 견고하여야 한다. 불행하게도 우리 나라의 기계공학의 수준은 아직도 발전의 여지가 많으며, 기계공학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반성의 여지가 많으나, 그만큼 기계공학은 발전하는데 시간이 걸리며, 다른 전공에 비교하여 다루는 분야의 범위가 매우 넓고, 고도의 창의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반공학이다. 

2. 기계공학에서 다루는 분야 

기계공학에서 연구하는 분야를 나열하기 시작하면, 고등학교 학생들이 이해할 수 없는 전문용어가 나오게 되므로 내용을 알 수가 없어지며, 그렇게 되면, 이 글을 쓰는 목적을 상실하게 된다. 그래서 되도록 전문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쉽게 설명해 보고자 한다. 

혹시 ‘egg-drop contest'라고 들어보았는지 모르겠다. 달걀을, 예를 들어서, 4층 높이의 건물에서 그냥 낙하시키면 당연히 깨진다. 그래서, 달걀이 깨지지 않는 보호 장치를 고안, 제작하여, 달걀을 깨뜨리지 않으면서 가장 빨리 낙하시키는 팀이 우승하는 콘테스트를 egg- drop contest라고 한다. 

우선, 달걀은 성공적으로 보호하였다고 하고, 보호장치를 가장 빨리 떨어뜨리기 위한 설계를 하려면, 가장 먼저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모대학교에서는 학부 2학년 학생들이 이러한 콘테스트를 한 적이 있다. 이 때, 보호장치의 재료는 종이, 실 및 접착제로 제한하였다. 결과는 1.85초가 걸린 팀이 있는가 하면, 2.33초가 걸린 팀도 있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일까? 

학생들도 콘테스트에 참가하여 실제로 낙하 시간의 차이가 나는 것을 보고야 그 이유를 비로소 알았다. 무게가 무거울수록 빨리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학생은 없을 줄 믿는다. 그러면 무엇이 가장 핵심이 되는 요소일까? 그것은 바로 보호 장치와 공기 사이에 작용하는 저항력이다. 보호장치는 낙하하면서 공기를 헤치고 떨어진다. 공기의 저항력은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여 커진다. 따라서, 보호장치가 유선형일수록 작아진다. 아마 이제야 그것은 고등학교에서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미 콘테스트는 끝났다. 뒤늦게 깨달은 단편적인 지식은 의미가 없다. 

그리고, 문제가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보호장치를 일단 설계하였다고 하자. 저항력이 얼마나 될지를 어떻게 정확하게 계산할 것인가? 그리고, 계산 결과가 옳다는 것을 어떻게 실험을 해서 확인할 것인가? 더 복잡한 비행기나 자동차를 설계를 할 경우에 날개나 차체 모양에 따른 저항력은 또 어떻게 계산할 것인가? 이러한 문제에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유체역학이다. 

우리 주위에 일어나는 유체의 거동을 해석하는 연구를 한다. 응용 범위는 무궁 무진하다. 발전소의 거대한 터빈의 형상은 어떻게 설계를 해야 가장 효율이 좋을 것이며, 터빈 주변의 유체의 유동 모습은 과연 어떠할까? 생각할수록 모르는 문제들이 계속 나오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연구하는 것이 유체역학이며, 기계공학의 중요한 분야 중의 하나이다. 

에너지 보존의 법칙과 열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은 이미 고등학교 물리 시간에 배운다. 그러면, 한 가지 문제를 풀어보자. 바늘을 뽑은 상태에서 주사기 본체의 입구를 손으로 꽉 막은 채로, 주사기의 주입기 부분을 뒤로 갑자기 잡아 뽑을 경우에, 주사기 본체 내부에 갇혀있던 공기의 압력과 온도의 변화를 정확하게 알아내려면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까? 이런 문제를 지금 풀려고 노력하지는 말기 바란다. 기계공학 전공의 대학교 4학년 학생들도 해석방법을 몇 분만에 정확하게 대답할 수 있는 학생이 그렇게 많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열에너지의 상태 변화에 대하여 정확하게 해석방법을 제공하여 주는 학문이 열역학이다. 아니 겨우 주사기에 대하여 적용하려고 열역학을 공부하는가 하고 실망하지는 말기 바란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보는 다양한 엔진들은 바로 열역학을 이용하여 그 성능을 예측하고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열역학은 배우면 배울수록 철학적인 개념에 접근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매력적인 기계공학의 주요한 분야 중의 하나이다. 

미국의 한 지방에 현수교를 완공하였는데, 완공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강풍이 그 지방에 기습을 하였다. 그런데, 그 강풍에 이 현수교가 천천히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그 흔들림의 진폭이 커지다가 결국 완전히 파괴되고 만 사고가 있었다. 우리 나라 성수대교가 무너진 사고와 비슷한 것이 미국에도 있었다. 이 원인은 강풍에 의하여 다리가 받았던 외부 힘의 주기가 문제의 현수교의 고유진동수와 거의 일치하여 ‘공진’이라는 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사람도 주기적으로 외부에서 어떤 자극을 받으면, 어떤 사람은 참지 못하고 폭발하는 경우가 있고, 어떤 사람은 그래도 잘 참는 경우가 있다. 각자의 고유한 성질인 고유진동수가 외부 자극의 주기와 맞아떨어지면 공진이 일어나서 폭발하는 것이다. 비행기의 날개가 서서히 진동하는 것을 본 일이 있는가? 비행기 날개의 고유진동수가 외부 강풍의 주기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공진이 일어 날 가능성이 없으니 안심하기 바란다. 

한편, 미사일과 같이 움직이는 질량체나 고속으로 회전하는 제트 엔진의 축이나 차축에 작용하는 힘과 그 거동을 해석하는 방법이 개발이 되어 있다. 또는, 심지어, 우리 나라의 종이 왜 그렇게 소리가 낮으면서도 여운이 길게 나는지에 대한 해석도 이미 되어 있어서, 이제는 거꾸로 원하는 여운이 있는 특정한 종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이제는 알아내었다. 이러한 모든 것은 동역학이라는 분야에서 해답을 제공한다. 동역학도 기계공학의 주요한 분야 중의 하나이다. 

앞에서 비행기 날개는 공진이 일어날 걱정은 없다고 하였다. 그런데, 과연 날개의 단면은 얼마나 커야지 비행기가 이륙을 할 때, 부러지지 않고 잘 견딜 수가 있을까? 고등학교 물리시간에 배운 지식으로도 얼마의 힘을 날개가 견디어야 하는가는 계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과연 그만한 힘을 이길 수 있는 날개의 단면 크기는 얼마로 해야하는지는 설계할 수 없다. 보일러 내부에 고압의 수증기가 있을 경우에 보일러를 형성하는 철판의 두께는 얼마로 해야 할까? 자동차를 설계할 경우에 어느 일정한 충격량에도 탑승자를 보호하려면, 차체를 어떻게 설계하여야 할까? 해석을 어떤 방법으로 해서, 내 설계가 맞다는 것을 보일 수 있을까? 이러한 의문의 해답은 고체역학이 제공해 준다. 고체역학도 기계공학의 주요한 분야 중의 하나이다. 

지금까지 기계공학에서 다루는 4대 역학, 즉, 유체역학, 열역학, 동역학, 고체역학 등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아마도 역시 기계공학에서 공부하는 역학은 역시 물리학에 가깝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기계공학은 과학이 아니라 공학이다. 이러한 4대 역학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4대 역학을 기본적으로 하여, 새로운 기계나 제품을 창조해 내고, 그것을 통하여, 인류의 생존과 편리함을 도모하면서, 이윤을 창출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 

기계공학의 응용범위는 무궁무진하고 광범위하다. 세탁기나 자동차엔진부터 시작하여 발전소의 거대한 터빈이나 제트엔진까지 무엇인가 회전하는 모든 기계들, 냉장고나 에어컨부터 시작하여 우주왕복선의 대기진입 보호장치 설계까지의 무엇인가 열과 에너지에 관련된 모든 기계와 장치들이 전부 기계공학에서 다루는 것들이다. 그리고, 로봇, 자동화 기계, 자동차의 자동 브레이크 시스템(ABS) 등과 같이 마이크로컴퓨터로 제어되는 기계,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모든 설비들, 그러한 설비들을 지능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시스템 등도 모두 기계공학에서 다루는 분야들이다. 

또한, 컴퓨터를 이용하여 제품을 설계하는 CAD분야라든지, 컴퓨터를 이용하여 열이나 유체의 거동을 해석한다든지, 컴퓨터를 이용하여 가상현실의 공장을 구성한다든지 하는 연구들도 기계공학에서 다루고 있다. 또한, 머리카락 정도의 크기를 가진 기계나 센서(마이크로 머신)들을 설계하고 제조하는 연구, 초정밀 가공기계로 허블망원경의 거대한 거울면과 같은 렌즈를 가공한다든지, 인공 심장을 설계하는 연구, 화성 탐사에서 본 ‘path finder'와 같은 탐사선 등을 설계하는 연구들도 기계공학에서 다루고 있다. 4대 역학을 기본으로 하여, 기계공학은 창의성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앞으로도 지금까지 상상도 하지 못하였던 기계, 제품, 장치, 소프트웨어 및 시스템을 제공할 것이다. 

이러한 다양성은 기계공학이 4대 역학을 기본으로 하는 기반공학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기반공학을 익히고 나서, 마이크로컴퓨터 응용, 소프트웨어, 인터넷을 포함한 컴퓨터통신, 반도체 로직회로, 재료학, 경영학, 법학 등을 추가로 익힌다면, 더욱 다양한 인생 진로를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이제는 어렸을 때부터 기계를 분해하고 만지기 좋아하였다거나, 손재주가 많다든지, 모형비행기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였다고, 또는, 막연히 자동차가 좋다거나, 비행기를 설계하여 보고 싶다거나, 우주를 동경한다고 해서 기계공학으로 진로를 결정한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을 줄로 믿는다. 물론, 그러한 것도 동기가 되겠지만, 그러한 동기는 너무 단순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아무튼, 공학 분야는 무엇인가 실제적인 것을 창조해낸다는 것에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 이것이야말로, 의학, 경영학, 법학, 이학 등과 구분되는 점이다. 그리고, 전공할 분야가 어떠한 분야인 것을 알고, 앞으로 20년 후의 나의 모습이 어떠한 것인지에 대한 꿈을 정하고, 미래의 모습에 맞추어서 진로를 결정하여야 하겠다. 이러한 이유로 다음 장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면 어떠한 인생 진로가 기다리고 있는지를 기술하고자 한다. 

3. 기계공학 전공 후의 인생 진로 

우선, 지금의 고등학생들이 인생 진로를 생각할 경우에는 본격적으로 사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때인, 즉, 약 20년 후의 미래의 자기 모습에 대한 꿈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 때에 가서는 사회가 급변하는 속도를 보아서 한국 안에서의 자기 모습이 아니라, 세계 속에서의 자기 모습을 그려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 때 가서는 이미 세상이 지금보다 훨씬 좁아져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연구소에서 연구팀장으로 일하는 모습을 머리 속에 그린다면, 국내의 연구소도 가능하겠지만, 세계적으로 유수한 연구소도 고려하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정부에서 일하는 모습을 그린다면, 당연히 통일 한국의 정부에서 일하며, 국제적으로 협력을 활발하게 하는 모습을 그려야 할 것이다. 

모대학교의 기계항공공학부의 졸업생들의 1990년부터 1996년까지의 진로를 살펴보면, 학사 졸업생의 66%는 석사과정으로 진학하였으며, 석사의 44%는 박사과정으로 진학하였다. 그러나, 결국 석사와 박사과정을 마치고는 사회로 진출하므로, 궁극적으로 기계항공공학부로 입학한 학생들 중에서 60%는 기업체로, 14%는 연구소로, 5%는 교육기관으로, 1%는 정부기관으로 각각 진출하였으며, 나머지 20%는 기타로 분류된다. 그러나, 이러한 비율은 사회 환경의 변화에 따라서 점점 변화할 것이다. 특히, 근래의 ‘IMF 환경’과 같이 급변하는 사회 변화에 따라서, 정부로 진출하는 비율과 소규모 벤처기업으로 진출하는 비율이 급격하게 증가될 전망이다. 

기업체로 진출하는 경우는, 우선 대기업에서 현장, 영업, 생산 관리, 개발 등의 직무를 두루 거친 후에 드디어 임원으로 일하게 되는 진로가 있다. 1995년 현재 10대 대기업의 경우 52%이었으며, 1996년에 공대 출신이 임원으로 승진한 비율이 약 80%라는 통계가 있다(‘모대학교 공과대학의 교육혁신‘ 보고서에서). 기술이 회사 운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므로, 앞으로 더욱 많은 공대 출신이 임원으로 일하게 되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졸업생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부분이 대기업의 기술연구소이다. 각 대기업의 기술연구소에서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회사의 기술연구소를 상상해보면, 우리 학부 졸업생이 대기업에 진출하였을 경우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고등학교 학생들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서, 20년 후의 기업은 더욱 세계적으로 널리 분포되어 있으리라는 생각을 가져야하며, 굳이 우리 나라의 회사에서 일하는 모습만을 생각해서도 안된다. 좀 더 크게 기업에서 일하는 자기의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여 보기를 바란다. 

연구소로 진출하는 경우에는 국내의 KIST, 기계연구소(KIMM), 생산기술연구원 외에도 많은 연구소들이 있다. 그리고, 국제적으로 눈을 돌려보아도 미국의 Jet Propulsion Lab, Sandia Lab, NASA 산하의 연구소, NIST 등 창의적인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연구소들이 많이 있다. 화성탐사에 사용되었던 path finder도 Sandia Lab이 주도가 되어 개발되었다. 

교육기관으로 진출하는 경우는 대학교의 교수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후세들에 대한 교육을 통하여 자기가 전공으로 하는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과 창의적인 사고방식을 계발시키고, 대학원 과정의 학생들과 함께 연구활동을 통하여 새로운 이론을 창안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며, 산학프로젝트를 통하여 산업체의 애로기술을 해결하여 주는 일 등을 수행한다. 이제는 대학교도 교육 기능은 물론이고, 하나의 거대한 연구집단으로 볼 수 있다. 

한편, 기술자의 활동영역이 정부의 행정부처로 확대되어 주요한 산업정책을 수립하고 기술개발 계획을 정립하는 일을 할 수도 있다. 또한, 변리사나 변호사라는 진로를 택하여, 국제적인 특허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일도 전망이 좋은 영역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진로로 진출할 경우에도 기계공학과 같은 기반공학을 전공하면 좋은 기초를 쌓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유망한 분야 중의 하나가 소규모 집단의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을 일으키는 진로를 생각할 수 있다. 특히, 근래에 벤처기업을 창업하는 사례가 점점 증가하고 있으며, 현재 모대학교 기계공학 전공 분야 내에서도 현재 8개 정도의 벤처기업이 창업이 되어 모대학교 공과대학의 창업네트워크의 지원을 받고 있다.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창의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소규모 집단의 벤처기업을 일으켜 도전하고 돈도 많이 버는 것 또한 신세대의 기계공학자가 그려 볼 수 있는 유망한 진로라고 하겠다. 

급변하는 사회 및 기술 환경 속에서, 자라나는 신세대는 되도록 빨리 20년 뒤의 자기 모습에 대한 꿈을 형성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여러 가지 모습들이 과연 어떠한 것인지에 대하여 상상을 해보기 위하여, 천장만 쳐다보고 엉뚱한 상상의 나래를 펴는 자세는 무의미하다. 관련된 진로에서 성공한 국내외의 저명한 인사들의 자서전 등을 필히 읽어보거나, 인터넷을 통하여 관련된 기관, 기업 등에 들어가서 실제로 무엇을 연구하고 있는지를 조사한다거나 하여, 최대로 구체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미래의 나의 꿈을 설계하고, 그 꿈에 맞추어서 진로를 선택하기를 바란다. 

4. 결론 

인생을 살면서 우리는 많은 결정을 해야 한다. 그 결정 중에서 인생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결정이 있다. 그러한 결정을 할 때는 충분한 노력과 시간을 가지고 결정을 해야 한다. 대학교의 어느 학과로 진학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인생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 중의 하나이다. 

지금의 고등학교 학생들에게는 더욱 다양하고 격동하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공학은 창의적으로 무엇인가를 창조하는 즐거움을 준다. 그리고, 그 창의적인 사고와 결과물은 곧 인간사회에 영향을 미치며, 창조자에게 바로 보답을 되돌려 주는 실제적인 연구분야이다. 그리고, 그러한 공학에 가장 큰 기반을 제공하여 주는 것이 기계공학이다. 

기계공학은 4대 역학인 열역학, 유체역학, 고체역학 및 동역학을 기본으로 하여, 매우 다양한 응용 분야가 있다. 이러한 기반 공학을 익히고, 타 분야에 관련된 공부를 추가하는 노력을 한다면, 더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다.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진출할 수 있는 진로는 기업체, 연구소, 학계, 정부 및 관계, 그리고,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벤처기업 등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항상 20년 뒤의 미래의 자기 모습에 대한 모습을 그리며, 당면한 결정들을 해 나가야, 그 꿈을 비로소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의 주역들에게 기계공학이라는 분야를 통하여 그 꿈을 달성하는 것을 권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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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무길 :